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면 떠오르는건 단언컨데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OST 일 것이다.
환상적이고 지브리만의 특유 정감있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브리 특유의 감성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름답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살려낸 음악이다.
그렇다고 음악만 환상적인게 아닌, 세세하고 화려한 영상미를 담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안 본 분들에게 꼭 이 영화를 한 번쯤은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리뷰를 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정보
개봉 : 2004.12.23.
등급 : 전체 관람가
감독, 각본 : 미야자키 하야오
장르 : 애니메이션, 판타지
국가 : 일본
러닝타임 : 119분
배급 : ㈜이수C&E
인생의 회전목마 줄거리
배경은 19세기 말의 유럽이 모티브이나, 이 세계에서는 마법이 존재한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물려준 모자 가게를 지키는 수수한 소녀 소피.
하고싶은 것도, 욕심 나는 일도 없는 정말 순수하고 수수한 소녀이다.
18세인 소녀 소피는 동생인 레티를 만나러 가는 길에 골목길에서 짓궂은 군인들을 만나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 때 이름모를 잘생긴 남자가 나타나서 그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모두 짐작할 수 있듯이, 그 남자는 바로 하울이였다.
그 당시 소피는 이 남자가 하울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 여동생을 만나고 마법사 하울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으며 혹시나 그 남자가 하울이진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할 뿐 이였다.
전쟁도, 미녀의 심장을 노리는 하울이라는 마법사의 소문도 먼 세상 이야기일 뿐이였다.
하지만 그 날 밤 황야의 마녀가 소피를 찾아오고 소피에게 저주를 걸어 노인으로 만들어버렸다.
노파가 된 소피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아무도 없는 황무지로 향하게 되며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곳으로 모험을 떠난다.
조용하고 욕심없이 수수했던 소녀 소피가 할머니가 되면서, 소피의 인생이 회전목마처럼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생의 회전목마 내용 포인트
1.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내용
- 아무리 마법이 있는 세계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이런 내용을 만들 수 있지? 하는 포인트들이 많다.
첫번째로 어떻게 18살 소녀를 90세 할머니로 만든다는 설정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수많은 마법과 관련된 만화와 영화가 나왔어도, 소녀를 노인으로 만드는 마법은 들어도 보지도 못했다.
그 소녀가 노인이 되고, 노인이 된 소녀가 열정을 발산할 때 다시 젊어지는 모습들.
영화 후반부 소피는 그 때 당시 현재에서 하울에게 다시 보기로 약속했지만 결국 그 현재는 미래이자 과거가 되는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 된다. 이런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생각을 어떻게 해냈는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2.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름 그 자체
움직이는 성 그 자체로도 놀라운데 이 성은 움직이는 것 뿐만 아니라 집 내부에 있는 돌리는 버튼을 통해 완전히 멀리있는 다른 지역의 또 다른 집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예를들어 집에서 버튼을 하나만 움직이면 인천에 있던 집에서 문을 열면 부산에 있는 집 문이 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이 성은 "캘시퍼"라는 악마가 움직이고 있는데 악마라는 정체와는 다르게 굉장히 친근하고 귀여운 불의 모양으로 사람들에게 호감적인 이미지를 준다.
캘시퍼는 하울과 계약한 악마인데 악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아이같은 모습들을 보일때가 있다.
"마르크르"라는 하울의 조수같은 역할을 하는 아이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같이 사는데, 이 세 사람의 조합과 우정이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깊어지는게 느껴진다.
3. 영화를 한 번만 보는것으로는 아까운 소소한 디테일들
영화 초반, 소피가 곤경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하울이 처음 만나는 부분에서 하는 말은 "한참 찾아다녔잖아" 이다.
이 말로 인해 다양한 추측이 나왔는데, 소피는 지금이 현재이지만 나중에 후반부에서 어린 소년인 하울에게 소피는 자기 이름을 알려주며 기다리라고 얘기를 한다.
하울에게는 소피의 현재가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인셈이다.
물론 하울이 그 모든것을 기억하고 그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를 다 보게 되었을 때,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대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4. 감정의 곡선
캐릭터마다 감정선이 매우 뚜렷한 편이다.
하울은 자신의 본 모습 즉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마법으로 영화 내내 숨겨왔다.
항상 자신감있는 모습과 예쁘고 잘생긴 모습만 보여주다가 하울의 욕조를 청소한 소피에 의해 머리색 마법이 풀려버렸다.
그런 하울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지만 하울은 "아름답지 않으면 살 의미가 없어"라고 얘기해버리며 하울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우울을 보여준다.
하울의 감정은 가면을 쓴 채 직선을 그리다 마법이 풀려서 내면의 두려움을 그대로 들통나버리고 수직으로 내리꽂는다.
반면 소피는 본인이 하고싶은게 모자가게를 하고싶은건지, 뭘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채 그저 묵묵히 삶을 살아왔다.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동생과 엄마 가족들과는 달리 예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서 꾸미는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소피가 저주에 걸려 할머니가 된 후로부터는 정해져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무미건조했던 감정선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한발자국 내딛는다. 모든게 불확실했고 그 여정 속 여러 도움도 받고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앞만 보고 나아갔던 소피 또한 하울이 "아름답지 않으면 살 의미가 없어"라고 얘기하자, "외모때문에 삶을 끝내고 싶다고? 나는 예뻤던 적이 단 한번도 없어!" 라고 얘기하며 소피 또한 밖으로 뛰쳐나가 울어버린다.
나는 오히려 이 장면에서 두 사람 모두 감정의 응어리를 분출했기 때문에 다시 새로운 시작을 도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울은 들켜버린 본인의 모습에 소피에게 솔직하게 두려운 감정을 털어놓게 되고, 소피도 그런 하울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기운을 차쳐서 하울에게 도움이 되기로 한다.
이런 감정의 분출은 우리 현실에서도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황야의 마녀를 봐도 그렇다.
처음 소피에게 저주를 걸러 왔을 땐 검은색 화려한 복장에 오만하고 거만한 말투로 사람을 대한다.
그 후 영화 중후반부에 설리먼을 보러 황궁을 갈 때도 소피와 황야의 마녀는 마주치게 된다.
마차에 탄 황야의 마녀는 오만함을 숨기지 않지만, 곧이어 마차이용이 금지되어있는 계단에서부터 그 포커페이스는 깨져버리고 만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황궁에서 점점 무력화가 됐기 때문인데, 마법을 완전히 뺀 황야의 마녀는 할머니나 다름없다.
그런 할머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소유하고 가지고 싶은 욕망과 감정은 그대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힘을 다 잃은 할머니가 됐음에도 캘시퍼가 하울의 심장이라는 얘기를 듣고 캘시퍼를 그대로 가져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캐릭터마다 뚜렷한 감정선과 매력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주기 때문에 초반엔 하울과 소피에 집중해서 봤다면, 그 다음엔 다른 캐릭터들에게 집중해서 보면 더욱 흥미롭고 매력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알 수 있을 것 이다.
총평
어릴 적 극장에서부터 시작해서 몇 번을 본 지 모를정도로 많이 봤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지만 보면 볼 수록 그리고 나이를 점차 먹어갈수록 하울을 보고 느끼고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 매년 한번은 꼭 챙겨보는 것 같다.
지브리 특유의 어린시절을 느끼게 해주는 향수같은 음악과 아이도 어른도 다른 뜻 다른 의미로 다른 깊이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의 내용에 더 빠지는 것 같다.
어린시절 볼 때는 아무생각없이 그저 내용을 굳이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영상미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청소년 시절 땐 꿈과 자유를 향해 앞으로 전진해가며 장애물들을 부딪히면서도 그렇게 하나씩 극복해나가는게 마치 우리의 삶같아 공감이 됐다.
성인이 된 이후 매년마다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어렸을 때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등장인물의 패션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나타낸다.
인물의 개성도 보여줄 뿐더러 인물의 성격과 욕심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인 소피가 모자가게를 하고 있는 설정과 하울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모자를 쓰고 있다.
돈과 보여지는것에 욕심이 많은 소피 엄마의 모자와 옷은 항상 이미 화려해서 더는 꾸밀수도 없을만큼 화려하다.
그에 반해 아무런 욕심도 다른것에 대한 관심도 없던 소피의 모자와 옷은 매우 단순하고 수수하다.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의 소피는 표정도, 걸음걸이도, 머리도 옷도 모두 다른사람같이 변한다.
진정한 자신과 사랑을 찾고 행복한 사람의 정석을 보여주는 표정과 모습이다.
황야의 마녀 또한 마법능력을 완전히 잃고 나서는 그냥 평범한 할머니로써의 복장과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러번 영화를 재관람 하다보면, 이런 소소한 디테일을 볼 수 있을 것 이다.
여러가지의 의미로 각각의 매력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리뷰였다.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쯤은 봤으면 좋겠다.